낙뢰사고 예방솔루션 (3)피뢰침만 설치하면 끝? .
피뢰전문업체 직원이 고층건물 옥상에 피뢰침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 하지만 피뢰침만으로는 낙뢰 피해를 완벽히 방지할 수 없다.
최근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한 기후변화로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낙뢰는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기상청이 발행한 낙뢰연보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최근 10년간 발생한 평균 낙뢰횟수는 14만969건이었다. 특히 낙뢰는 주로 여름철에 집중된다. 폭염, 장마 등으로 대기가 불안정한 경우가 많기 때문. 2014년의 경우 전체 낙뢰의 약 89%가, 2015년에는 약 83%가 6, 7, 8월에 집중됐다.
◆피뢰침 기술 제자리걸음…기술력·경제성 미비
낙뢰 피해 예방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피뢰침이다. 하지만 정작 피뢰침 기술은 벤자민 프랭클린이 이후 약 250년이 넘는 세월동안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그동안 피뢰침의 성능개선을 위한 연구개발이 광범위하게 진행돼 왔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내는데는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낙뢰의 원리가 과거와 동일하기 때문에 대응책도 유사한 것이 사실”이라며 “기술 발전으로 피뢰침 모양, 재질 등이 달라지긴 했지만 궁극적으로 낙뢰를 정확히 예측하거나,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내외 업계는 광역피뢰침과 쌍극자피뢰침 등을 출시하기도 했다. 광역피뢰침은 낙뢰가 피뢰침이 없는 지역에 떨어지는 것을 막을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쌍극자피뢰침은 피뢰침 끝을 일종의 무극 상태로 만들어 음전하의 성질을 띤 뇌운과 양전하가 만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낙뢰가 발생하지 못하게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두 제품 모두 실질적 효과가 미비하고 경제성이 부족해 본격적인 상용화는 더딘 상황이다.
◆소리없는 불청객, ‘서지’를 잡아라
건물이 고층화되고 각종 정보통신장비, 전자기기 사용이 늘면서 낙뢰 피해는 꾸준히 늘고 있다. 피뢰설비를 완벽히 갖췄음에도 낙뢰 피해를 보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지난 2011년 연기군청 건물 3층 옥상에 있던 항온랑습기 실외기에 낙뢰가 떨어진 뒤 전산망이 5시간 가량 중단됐다. 같은 해 대전 열병합발전소에 떨어진 낙뢰로 발전소가 정전되면서 4만여 가구의 열공급이 중단됐다. 지난해 4월에는 미국 켄터키주 가전제품 공장에서 큰 불이 나 축구장 3개 크기의 창고를 모두 태운 사고 등은 모두 피뢰침이 정상적으로 설치돼 있는 곳에서 발생했다. 피뢰설비가 완비돼 있는 아파트의 경우에도 낙뢰 때문에 승강기나 인터폰, CCTV, 방송설비, 가전제품 등이 파선되거나 회로가 불에 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런 사고의 원인은 대부분 건물 내부로 유입된 ‘서지(Surge)’ 때문이다. 서지는 짧은 시간 순간적으로 증가하고 서서히 감소하는 특성을 가진 과도 전압·전류를 말한다. 낙뢰발생 시 피뢰침은 전기를 대지로 방류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지에 과전압과 과전류가 생성돼 서지가 나타난다. 낙뢰처럼 시각적, 청각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예방대책이 안일한 것도 사실이다.
서지는 특히 낙뢰가 송전선로나 통신선로를 타고 들어와 전도되는 경우 가장 치명적이다. 발생빈도도 가장 많고, 6000V 이상의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피해 규모도 크다.
한 전문가는 “구조물을 직격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선 피뢰침과 접지가 필수적이지만 역설적으로 피뢰침의 성능이 우수할수록 더 많은 서지의 유입이 이뤄진다”며 “우수한 피뢰침은 더 많은 낙뢰를 지면으로 유도하는데 이 경우 지면에 형성된 강한 서지가 접지선이나 송전선, 통신선을 타고 건물 내부로 들어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자기기나 부품, 설비마다 서지에 견디는 능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작은 서지에도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며 “특히 통신의 경우 낮은 전압을 사용하기 때문에 220V 전원에 비해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뇌 서지 보호장치(SPD ; Surge Protective Device)는 이러한 서지 피해로부터 전기설비나 전기기기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SPD내의 소자들은 일정 전압(보통 상용인가전압의 15~20%정도 높은전압)에서 쇼트 상태가 돼 접지 쪽으로 서지를 방전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많은 이동통신사의 기지국이나 중계기, 배전반 등은 SPD가 내장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박종철 프라임솔루션 이사는 “SPD는 접지를 통해 서지가 유입되는 경우에도 전압 보상을 통해 시스템을 보호하며, 전력선, 통신선 등으로 서지가 유입되는 경우 대지로 서지를 방전시켜 중요 설비의 피해를 예방해준다”며 “발전, 철도, 통신 등 서비스 중단시 국민불편과 사회적 손실을 야기하는 기간산업이나 서지 유입시 큰 피해가 우려되는 반도체, LCD, 화학 플랜트 현장은 SPD가 필수”라고 밝혔다.
작성 : 2016년 06월 21일(화) 10:05
게시 : 2016년 06월 27일(월) 10:49
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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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8